거창(居昌) 유씨 출신...거제에 후손들 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조선말엽 순교(巡校), 일제 만행보고 함안 동지산에서 의적(義賊)으로 변신
함안향토문화연구소 조평래 연구위원, 유국환에 얽힌 얘기 소설화 예정
일제시대 경남 함안지역에서 일제를 괴롭히며 홍길동(洪吉童)과 같은 의적(義賊) 활동을 벌인 의인(義人)이 있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그의 출생과 거제에 살고 있었다는 후손들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한 내용이 지역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에 의해 소설로 꾸며질 예정이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함안의 홍길동'으로 통했던 주인공은 거창 유씨로 알려진 유국환(劉國煥) 이다.
전해지는 문헌 등에서는 정확한 출신지를 알 수 없지만, 함안지역에서는 거제에 후손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 확인 된 만큼 거제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지고 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무덤이 있는 함안 동지산에서 시사(時祀) 때가 되면 거제의 거창 유씨 후손들이 많은 제물을 준비해 와 성대히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발길이 끊긴 상태여서 그에 대한 정확한 출신지를 현재로서는 알기 어려운 상태다.
'함안의 홍길동'으로 불리는 유국환에 대한 얘기를 소설로 꾸미려는 함안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과 함안군문인협회 부회장 조평래(60)씨는 "거제에 후손들이 살고 있었던 것은 확인된 사항이어서 연관이 있는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국환이 일제 때 지금의 경찰과 같은 순교정(巡校定)의 순교(巡校)로 활동하다 마음을 바꿔 함안군 함안면 동지산 일대에서 불쌍한 사람을 구휼하는 의적으로 변해 일제를 괴롭혔다는 기록이 함안향토문화연구소 발굴 자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함안향토문화연구소 자료에는 당시 이같은 내용을 발굴하고 정리한 사람은 함안군 가야읍 중동 거주 이규석(당시 70)씨로 표기 돼 있다.
그는 또 "당시 후손들은 거제에서 큰 어장도 하고 있는 등 잘 살고 있다고 전해줬다"며 "많은 음식을 준비해와 마을 주민들과 나눠 먹었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근거로 미뤄 볼 때 유국환은 거제출신일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만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유국환에 대한 자료를 발굴했던 함안 향토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얘기 가운데는 거제와 관계있는 내용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가 소설로 재 탄생 할 정도로 함안지역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이유는 암울했던 시절 힘들게 살아가야 했던 불쌍한 서민들에게 의인(義人)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유국환에 대한 얘기는 을사늑약의 울분을 담은 위암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이여 목놓아 크게 우노라)'을 게재해 당시 명성을 날렸던 황성신문(皇城新聞)에도 소개 될 정도였다.
신문에 게재 됐던 내용은, 왜 일제 치하의 순교(巡敎)였던 자신이 의적으로 변심하게 되는지와 불쌍한 사람을 구휼하는 의적으로 왜적을 괴롭혔는지에 대해 잘 표현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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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수 정희섭씨가 작일 내부에 보고하되 본 월 9일 삼오 12시에 화적(火賊) 20여 명이 육철포와 환도, 총창을 가지고 본국 관아에 돌입하여 내아와 동헌을 파괴하고 의복과 집물을 약탈했다."
"또, 순교정(巡校定)을 부수고 결전(結錢) 6,413냥을 몰수 탈거 하였다."
"군물고(軍物庫)를 파괴하여 군기(軍器)를 탈취하였으며, 옥문을 부수어 결전을 거부한 죄수를 방면했으며, 순교 유국환의 집에 불을 질렀다."
"주민 김화서 집에 침입해 가산 집물을 빼앗고 칼을 휘두르고 총을 연달아 쏘아 기세가 등등하니 군수는 간신히 도피하여 생명을 보전하고 일보러 왔던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 했다.
함안향토문화연구소 발굴 자료에는 "당시 이 기사를 미루어 보아 일제치하 순교였던 유국환은 진주의 의적으로 소문났던 갈병 이라는 사람을 잡은 보복으로 이같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를 계기로 집과 직장을 잃게 됐다"고 기술해 놓고 있다.
갈봉은 당시 고성과 진양지역에서 이름난 의적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었으나 경찰 역할을 했던 당시 순교 유국환에 붙잡힌 것으로 보인다.
유국환은 이 사건을 계기로 크게 깨닫고 150고지 정도 되는 함안면 동지산에 거주지를 옮기고 변신해 불쌍한 사람들을 구휼하는 홍길동과 같은 의적으로 왜정을 끊임없이 괴롭혔다고 한다.
얼굴 생김새나 신장 등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년시절부터 힘이 장사여서 80kg이나 나가는 쌀 한가마를 쉽게 둘러메고 단 한번만 쉰채 험한 산길을 오르내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고 한다.
이런 유국환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 많은 주민들로 부터 추앙 받았다. 이에 왜정이 유국환을 붙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었으나 주민들은 일제의 만행에 괴롭힘을 당하던 터라 의로운 활동을 하던 그를 숨겨주기 바빴다. 이 때문에 왜정은 유국환을 눈앞에서 발견 하고도 주민들의 방해로 놓치기 일쑤였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1920년 7월 18일 오후 1시 함안군 가야읍 검암리에서 괴질에 걸려 49세의 나이로 운명했다고 기록 돼 있다.
임오군란과 한일늑약 사건이 일어나는 등 격동의 시기인 11872년 출생한 유국환은 이제 거제와 연관있는 의인으로 널리 함안지역 후세들에게 그 명성과 활동상이 전해지고 있는 자랑스런 인물로 우뚝 섰다.
유국환의 이러한 활동사항은 '함안의 홍길동'으로 흥미로운 소설로 꾸며져 이 세상에 알려질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제적부에는 그의 부친 유영서(劉英瑞)와 모친 변일순(卞一順)의 장남으로 표기 돼 있으며, 부친은 목수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소설을 준비 중인 조평래 함안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거제출신인지, 함안출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손들이 거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국환의 의로운 생애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그들과 꼭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또, "불쌍한 사람들을 구휼하기 위해 일제의 경찰이 되기 보다는 의롭게 살다 갈 길을 택했던 유국환의 생애를 빠른 시일내에 소설로 만들어 이 각박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춘 mun42013322@hanmail.net
